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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함의 선물 책표지 사진

■ 말하고 싶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어떤 날은 말하고 싶은데, 동시에 들키고 싶지 않다. 마음속에 쌓인 무언가를 꺼내놓고 나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은데, 막상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깨져버릴까봐 두려워진다. 내가 털어놓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 흘러들어가면서 내 진짜 얼굴까지 함께 흘러나가는 것 같고, 그 얼굴이 ‘생각보다 실망스러워’ 보일까봐 걱정된다. 그래서 아무 일도 아닌 척 애써 웃고, 감정에 이름 붙이지 않고 넘기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삼켜버리는 말을 하나둘 쌓아둔다.

 

『불완전함의 선물』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런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던 아주 조용한 문장이었다. “내가 나라서 보고 싶었어.” 이 문장은 내게 외면당했던 어떤 조각이었고, 동시에 내가 가장 간절히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조금 더 정리된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마음쯤은 드러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더라면’, ‘이 정도는 나 혼자 감당했어야 맞는 거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고 밀어붙이다 보면, 감정은 다듬어지지 않고 뭉툭하게 뭉쳐져 버린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하루를 흘려보내지만, 마음 한 켠은 점점 더 조용하고 무거워진다. 『불완전함의 선물』은 그 순간, 우리 안의 가장 숨기고 싶던 결핍에 빛을 비춘다. “당신은 지금의 당신으로 보여질 자격이 있습니다.” 더 나은 내가 된 뒤에야 보여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돈되지 않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보여도 괜찮다고.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완전하지 않은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일이 용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고.


■ 가장 연약한 지점이 나를 가장 진짜답게 만든다

우리는 오랫동안 취약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성숙이고 강함이라고 배워왔다. 감정을 숨기고, 약한 모습을 감추는 게 현명한 대응이고, 슬픔이나 불안을 표현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외롭다고 인정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마음을 애써 지탱하려 하다 결국 무감각해진 채로 버티는 방식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불완전함의 선물』에서 브레네 브라운은 그 모든 통념을 조용히 뒤집는다. 그는 말한다. “취약함은 약함이 아니라, 진짜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나의 부족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순간, 누군가는 나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완벽한 척할 때는 서로에게 닿지 않았던 감정이, 솔직해진 순간 아주 쉽게 연결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누군가가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꺼냈을 때, 그 사람이 약해 보이기보다는 더 진실해 보였다는 것을. 나 역시 그랬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을 처음 꺼냈던 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도와줘”라고 말했던 밤, 이해받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끝내 내 마음을 털어놨던 순간,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고 솔직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취약함을 인정한다는 건 무너져버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를 스스로 지탱하는 방식이고, 가짜 강함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그 말 한 마디를 꺼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관계를 시작할 수 있고, 고립이 아닌 연결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 가장 연약하다고 느끼는 그 지점이, 사실은 나를 가장 진짜답게 만들어주는 힘일 수 있다.


선물 사진

■ 불완전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하는 근거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꽤 많은 에너지를 쓴다.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고, 감정을 흔들림 없이 다루려 하고, 누군가의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려 애쓴다. 그 모든 노력의 바탕에는 ‘그래야만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관계를 만드는 건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어딘가 조금 어설프고, 미숙하고, 때때로 멈칫거리는 사람이 더 믿음직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누군가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꺼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을 믿기 시작한다. 내가 그렇듯, 타인도 그렇다. 『불완전함의 선물』은 말한다. 완벽하려는 노력이 때론 우리를 고립시키고, 오히려 불완전함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든다고. 불안정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결국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고, 내 감정의 흔들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더 진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완벽해지려고 애쓰기보다, 지금의 나로 살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수하고, 흔들리고, 때론 멍청해 보여도, 그런 나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이 복잡해도, 말이 꼬여도, 눈물이 나도, 그게 나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불완전함의 선물』은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미 괜찮은 사람이고, 지금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살아내는 용기, 그게 진짜 강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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