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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힘 책표지 사진

1. 말은 끝났는데, 마음속 대화는 계속된다

어떤 말은 단 한 문장으로도 사람을 무너뜨린다. 반대로 어떤 말은 지쳐 있는 사람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어주는 힘을 가진다. 우리는 매일 수십 개의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대개 상처가 된 말이거나, 울컥할 만큼 따뜻했던 말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고, 스스로의 말 한 줄에 밤새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대화의 힘>은 그 지점을 찌른다. "말이 오갔다고 대화가 된 건 아니다." 어떤 말은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여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진통을 남긴다. 상대는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이 내 마음을 건드리지 못했다면, 그건 정보였을 뿐 위로는 아니었다. 대화란 결국 '이해'가 아니라 '통과'라는 것을, 말이 마음을 통과할 수 있어야 비로소 연결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 책은 아주 조용히, 하지만 깊이 있게 말해준다.


2. 잘 말했는데 왜 마음은 멀어질까

우리는 흔히 "말을 잘해야 한다"고 배운다.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그래서 갈등이 생겼을 때도 감정을 꾹 눌러가며 "내 말이 틀렸냐?"는 식으로 말을 정리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말한 다음엔 마음이 더 어색해지고, 관계는 더 불편해진다. 잘 말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문제는 말의 '정확도'가 아니라 '온도'라는 것이다. 말의 내용보다 중요한 건, 그 말이 상대의 마음에 닿았는가, 닿지 못했는가의 차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아무리 정확하게 꺼내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화해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몰랐어. 그렇게 아팠구나"라는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덜컥 열기도 한다.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말하기는, 말을 통해 감정을 어떻게 나누고, 마음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말의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결을 느끼는 감각. 누군가에게 무엇을 말할까 보다, 그 마음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것. 대화는 설득이 아니라, 함께 흔들리는 일이다.


3. 말이 남긴 상처는 오랫동안 조용히 자란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과거 누군가의 말'에 갇혀 산다. 어릴 적 교사가 했던 한마디, 부모의 무심한 표현, 좋아했던 사람의 무책임한 비난. 그 말은 상황이 끝나도 감정 안에서 계속 재생되고, 수년이 지나도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대화의 힘>은 이 말의 잔상에 집중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말보다 스스로의 말에 더 크게 상처받는다.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야." "나 같은 게 뭘 하겠어." "나는 항상 실망만 주는 존재야." 이런 문장들이 무의식 속에 스며들면, 그것은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굳은 믿음이 된다. 말은 지나가지만, 그 말이 내면에 심긴 신념은 지금의 선택, 태도, 심지어 관계 패턴까지 바꿔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새로 배워야 한다. 타인을 위한 말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게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 자기비난으로 가득한 대화는 스스로를 찌르는 칼이 된다. 반대로 "그럴 수 있었지", 지금도 괜찮아", "이해해" 같은 말은, 아주 단순하지만 자기를 회복시키는 강력한 약이 된다. 말의 습관이 감정의 습관이 되고, 감정의 습관은 삶의 결을 만든다.


관계가 연결되는 그림

4. 말이 연결이 되는 순간, 우리는 조금 살아난다

결국 대화는 기술이 아니다.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 너머의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이 관계를 회복한다. <대화의 힘>은 말의 표면이 아니라 말의 결을 바꾸는 책이다.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말의 온도, 진심의 방향, 감정의 언어들을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내 마음을 말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그걸 포기하지 않고, 자꾸 다가가고, 부족하더라도 진심을 말하려는 태도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대화는 결국, 관계를 회복하는 작은 틈이고, 무너졌던 마음을 붙드는 유일한 실마리다. 더 이상 아프지 않으려고 침묵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그러나 용기 있게 한 문장을 꺼내보는 것. “나 그때 사실 좀 힘들었어.” “그 말, 난 그렇게 들렸어.”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마워.” 이 짧은 말들이 마음의 어둠을 조금씩 밝히기 시작할 때, 그건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연결이고 회복이고 삶이다. 우리가 다시 말을 꺼내야 하는 이유는, 상처를 다시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 상처를 더 이상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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