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 날 때가 있습니다. 정신없이 보낸 하루였지만 돌아보면 딱히 해낸 건 없는 느낌. 일도, 집안일도, 관계도 '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고, 머릿속은 늘 복잡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예전보다 훨씬 편리한 도구들이 많은 시대에 우리는 왜 더 지치고, 더 바쁘게 사는 걸까요? 대니얼 레비틴의 <정리하는 뇌>는 그런 우리 삶의 퍼즐을 짚어주는 책입니다.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현대인이 피곤한 진짜 이유는 뇌의 에너지 낭비"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잡아먹는 대표적인 개념 하나가 바로 '그림자 노동'입니다.
1. 그림자 노동, 우리가 모르게 떠안은 일들
'그림자 노동'이란 원래는 누군가의 일이었던 것을 소비자가 직접 수행하게 된 일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 마트에서 셀프계산대를 이용해 내가 직접 물건을 계산하고 포장하는 일
- 은행 창구 대신 모바일 앱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송금하는 일
- 인터넷 쇼핑 후 직접 반품 포장을 하고 택배 접수를 해야 하는 일
- 예약, 주문, 신청서 작성 등 모든 ‘셀프’ 업무들
이전에는 점원이 하거나, 직원이 대신해주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 '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시간을 아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가 업무를 꾸준히 수행하며 그에 따른 '정신적 피로'와 '의사결정의 부담'을 떠안고 있는 셈입니다. 레비틴은 말합니다.
“우리는 아무도 고용하지 않았지만, 모든 영역에서 노동자가 되었다.”
이 말이 꽤 깊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림자 노동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우리의 인지 자원을 잠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2. 생각을 덜어내야 진짜 중요한 걸 볼 수 있다
대니얼 레비틴은 뇌의 인지 한계에 대해 수없이 강조합니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선택의 양, 집중력, 판단 능력은 모두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결정하고 고르고 선택하며 그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오늘 뭐 입을까, 어떤 경로로 출근할까, 점심은 뭘 먹지, 언제 어떤 은행 업무를 처리하지 그리고 하루가 끝날 즈음엔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릴 힘이 남아있지 않게 되죠. 그는 해결책을 아주 명확하게 제안합니다.
✔ 생활 속에서 의사결정의 총량을 줄일 것
✔ 반복되는 일은 ‘시스템화’해두고, 고민을 생략할 것
✔ ‘해야 할 일’을 외부 시스템(메모, 캘린더 등)으로 꺼내 놓을 것
예를 들어, 매일 아침 뭘 입을지 고민하기보다, 옷장을 계절별/상황별로 미리 조합해 정리해두면 그 선택 하나에 쏟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또는 일정한 시간에 자동 이체가 되도록 설정하고, 쇼핑몰의 장바구니를 사기 전날 밤까지만 두기로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두면 불필요한 선택의 연쇄작용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결국 뇌의 에너지를 덜어주는 습관화된 시스템입니다.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정돈하는 게 아니라, 생각과 선택을 정돈하는 일이라는 말이죠.
3. 정보는 넘치고, 우리는 점점 더 분산되고 있다
<정리하는 뇌>는 단순한 정리법 안내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정보 과잉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기도 합니다. 레비틴은 뇌가 원래 그런 구조를 버틸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합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은 너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효율이라 착각하죠. 하지만 뇌는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된 장기입니다. 우리는 창을 열고 닫는 데마다, 앱을 전환할 때마다 다시 집중을 세팅하는 데 수 초에서 수십 초를 소비합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들이 하루가 되면, 피로와 스트레스로 돌아오죠.
“정보를 분류하고 비워내는 작업 없이는, 창의적인 생각도 삶의 균형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건 단순합니다. "당신의 뇌를 지금보다 덜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 [마무리 생각]
"의사결정은 '가치'의 표현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는 무엇을 고르고, 버리고, 미뤄둡니다. 그 모든 결정이 결국은 나를 만들고, 그 결정이 누적되어 삶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똑같이 24시간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다르게 살아가는가를 알려주는 책. <정리하는 뇌>는 그렇게 '덜어냄'으로써 더 나답게 사는 법을 말해주는 아주 실용적인 안내서입니다. 당신도 지금, 조금 덜 복잡한 삶을 원하고 있다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무언가를 더 하기 전에, 지금 무엇을 덜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보는 것. 그게 이 책이 전하는 가장 조용한 레버리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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