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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욕망의 진화, 선택이라 믿었던 것들의 진짜 얼굴

by 모마모 2025. 4. 11.

나는 항상 내가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믿었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관계를 시작하거나 끝낼 때도 전적으로 내 감정과 경험,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를 읽고 난 뒤, 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정말 '선택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어딘가에 새겨진 흐름대로 반응해온 것은 아닐까. 그 지점에서 나는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오래된 설계도 사진

1. 내가 고른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끌렸던 겁니다.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것들, 그게 사실은 내 안에서 먼저 움직인 무언가의 반응일 수 있다는 말 때문이었죠. 끌림이라는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은 말합니다. 그건 내가 만들어낸 감정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부터 작동해온 생존 본능의 일부일 수 있다고요. 누군가에게 괜히 끌렸던 순간들,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움직였던 관계들. 그때는 그냥 내가 감정적인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버스는 그 끌림에도 오래된 설계도가 있다고 말합니다. 얼굴, 목소리, 분위기, 심지어 냄새까지. 겉으로 보기에 아무 기준 없어 보이는 그 '끌림'에는 수만 년 전부터 내려온 생존의 알고리즘이 숨어 있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떠오른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조건만 보면 좋은 사람이었는데도 감정이 움직이지 않았던 관계. 반대로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는데도 자꾸만 마음이 가던 사람. 그게 '취향'이라고 생각해왔던 건, 사실은 내가 고른 게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가 먼저 반응한 거였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참 많은 결정을 '나는 왜 그랬을까'하며 되짚어왔는데...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 내 안의 본능이 잠깐 고개를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무섭고, 조금 놀라웠고, 묘하게 안도되기도 했습니다. 설명되지 않던 감정들이 처음으로 설명되는 순간, 나는 그제야 내 안의 진짜 '시작점'을 본 것 같았습니다.


2. 자유인 줄 알았는데, 오래된 기억이었습니다.

우리는 욕구를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걸 추구하는 삶, 그것이 곧 자유로운 인생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이 책은 말합니다. 그것은 자유라기보다는, 내면 깊은 곳에 각인된 생물학적 습관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반복해서 선택하는 관계의 유형, 자꾸만 실패하는 패턴, 특정한 순간에 끌리는 감정. 겉으로는 다 달라 보여도 알고 보면 너무 비슷한 흐름 속에 있었던 겁니다. 버스는 그 이유를 유전자 속에 새겨진 기억이라고 말합니다. 욕망이라기보다 오래된 반응. 우리는 그 흐름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면서도, 그게 내 '의지'에서 나왔다고 착각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 '끌리는 이유'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지도 같았습니다. 반복되는 감정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내 안의 특정 회로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버스는 말합니다. "그 흐름을 알아차려야만, 비로소 다른 선택이 가능해진다."


욕망의 진화 책표지 사진

3. 이해하지 않으면, 반복될 뿐이다

"나는 정말 무엇을 바라며 살아왔던 걸까. 내가 원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정말 나의 것이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혼란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로 향하는 시작점입니다. 만약 내가 추구해온 방향이 본능적 패턴에 따른 자동 반응이었다면, 그 흐름을 따르기만 해서는 결국 같은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관점은 명확합니다. "본능은 제거할 수 없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바로 거기서부터 선택의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끌려가기만 하던 삶에서 처음으로 멈춰 선 순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따르되 휘둘리지 않고, 흐름을 읽되 빠져들지 않는 방법. 내가 원한다 믿었던 삶이, 실은 누군가가 짜놓은 각본이었음을 알아차리는 일. 그건 괴로운 자각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출발이기도 했습니다.


마치며

<욕망의 진화>는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왜 그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단지 욕망을 해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감정의 뿌리까지 내려가 진짜 내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욕망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 욕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한 사람만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야말로 비로소 '나의 삶'을 시작하게 해주는 진짜 출발점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