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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언스크립티드, 누구의 각본으로 살고있는가

by 모마모 2025. 4. 10.

언젠가부터 이상한 감정이 자주 들었다. 가슴이 묘하게 답답하고, 주말이면 "이틀 더 쉬고 싶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왔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머리는 늘 무거웠고, 성취감이 느껴질 법한 순간에도 마음 어딘가는 공허했다. 이게 뭘까. 나는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대로 살면 괜찮다고, 인생은 원래 이런 거라고, 누군가의 말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누구였을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삶이 정말 내가 고른 것이 맞는가. MJ드마코의 『언스크립티드』 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무심코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구조, 그 안에 숨겨진 시나리오,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따르게 만드는 사회적 세뇌의 메커니즘까지, 이 책은 한 개인이 '왜 생각 없이 살아가게 되는가'를 정면으로 해부한다.


언스크립티드 책표지 사진

1. 누군가 써놓은 삶의 시나리오에 조용히 들어가 있었다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인생을 산다. 어릴 때는 성적에 따라 줄 세워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말하고, 취업에 성공하면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고 배운다. 결혼, 아파트, 자녀 교육, 은퇴 준비까지 마치 누군가 써놓은 '삶의 시나리오'를 우리가 각자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드마코는 이 시나리오를 *스크립트*라고 부른다. 그는 단언한다. 이건 단순한 사회적 흐름이 아니라 삶을 자동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사회 구조적 장치이다. 사람들이 깊이 고민하지 않게 만들고, 각자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빼앗은 채, 가장 많은 시간을 노동에 쓰도록 유도하는 시스템. 가장 소름 돋는 건 이 시스템이 전혀 강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내가 원한 것'이라 착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각본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나도 그랬다. 취업하고 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만큼 일하고, 정해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정해진 날에 월급을 받는 삶은 점점 내 호흡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그 말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삶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2. 열심히 살아도 벗어날 수 없는 구조

드마코는 말한다. "이 구조는 당신이 아무리 성실해도, 끝까지 빠져나올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는 ‘노력’이라는 단어에 모든 걸 맡긴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어떤 구조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는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거기 있다.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는 구조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드마코는 이른바 '스크립트 인생'의 핵심을 다음처럼 설명한다.

  • 시간은 정해진 루틴에 묶여 있다
  • 수입은 직접 투입한 노동에만 비례한다
  • 불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 자유는 나중에 은퇴 후에 찾아올 것이라 믿게 만든다

이 구조에서는 나 없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잠깐 멈추면 바로 소득이 끊기고,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모든 게 흔들린다. 이건 월급쟁이든, 자영업자든, 크리에이터든 마찬가지다. 구조가 잘못됐는데, 거기서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반면 드마코가 말하는 '언스크립티드 인생'은 전혀 다르다. 그건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생태계, 즉 레버리지를 내 삶 안에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건 단지 부자되기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설계의 문제다.


직접 각본을 쓰는 사진

3. 내가 직접 각본을 써야 한다

『언스크립티드』는 불만을 쏟아내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명확한 대안과 훈련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드마코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진짜 당신이 한 것인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진짜 당신이 원하는 인생의 구조를 향하고 있는가?”

 

나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그건 충격이라기보다 자각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월급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시간에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였다. 이 책은 그래서 그 어떤 순간보다 현실적이다. 멋진 말은 없다. 감정적 위로도 없다. 그 대신 드마코는 레버리지, 시스템화, 스케일링, 자동화, 시간 분리형 수익 구조 같은 생존과 연결된 단어들을 우리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렇게 묻는 순간, 처음으로 나는 나의 삶을 경영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없으면 무너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내가 빠져도 굴러가는 구조. 그게 진짜 언스크립티드의 핵심이었다.


마치며

『언스크립티드』는 지금의 삶을 완전히 부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묻는다.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이 인생, 누가 쓴 거야?” 그 질문을 피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다음 페이지를 내가 직접 써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페이지엔 이렇게 적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내가 쓴다.”